김사열의 문화 플러스.....

김사열 약력
-경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2002~현) -극단놀이패탈 및 극단함께사는세상 단원(극작 및 비평, 1983~현) -대구민예 총 회장(2005~2009) -대구광역시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 대구축제조직위원회 위원(2005~2009) -대구광역시 동구 팔공문화원 원장(2008~2012)
셰익스피어를 만나는 즐거움과 아쉬움
2017-04-20 13:15:41 | artkorea | 조회 3250 | 덧글 0

포항시립연극단 오셀로」: 셰익스피어를 만나는 즐거움과 아쉬움

김사열 

포항시립연극단 제144회 정기공연 작품인 『세익스피어 오셀로』(신정옥 번역, 김삼일 연출)를 2011년 3월 19일 오후 3시 포항시립중앙아트홀에서 관람하였다. 90분에 걸친 ‘영원한 사랑과 죽음의 격정드라마’는 관객에게 셰익스피어의 고전적 희곡을 21세기 무대에서 만나도록 해주는 즐거움을 한껏 선사해 주었다. 이번이 ‘세익스피어 4대 비극 시리즈 두 번째’라고 하니, 명희곡을 연극으로 연이어 만나게 되는 포항시민의 행운은 솔직히 부러운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인간의 악함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다른 비극 작품 『햄릿』, 『리어왕』, 『맥베스』와 비교하여, 『오셀로』는 사실적이고 가정비극의 색채가 강한 것으로 종종 평가되어 왔다. 베니스의 장군 오셀로가 캐시오를 부관의 지위에 임명하자 기수였던 이아고가 나쁜 감정으로 무서운 흉계를 꾸며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아고의 악의적 거짓말과 손수건 한 장의 오해는 뜻밖의 참극을 부르게 된다. 셰익스피어는 이 비교적 간단한 구성의 작품을 통하여 인간 본성의 악함과 어리석음, 질투심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간명한 무대 기법으로 오셀로의 진수 향유 

포항시립연극단은 이번 『세익스피어 오셀로』 공연을 통하여 포항시민에게 인류의 명작을 향유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예술적 장점을 도드라지게 드러내었다. 먼저 원작 내용 전달에 충실한 연출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자면, 2명의 등장인물을 같은 무대의 양 편에 배치하여 별도의 강조조명 체제 아래 서로 대비되거나 전혀 딴 생각을 말하게 하는 병치 구조를 통하여 등장인물들이 드러내는 생각의 모순과 악함을 극명하게 드러나도록 하였다. 

둘째로, 간명한 무대 구조의 선택으로 극의 내용 전개가 산만하지 않게 하였다. 구체적으로, 경사진 바닥 위에 2차례의 부분적 무대 전환과 2개의 배경 영상 도입이라는 비교적 간명한 기법을 써서 관객이 등장인물의 대사와 연기에 집중하도록 해 주었다. 한국의 전통 연극이 사용해 온 마당극적 간명함을 무대극에 적절히 차용한 것으로 보였다. 

셋째로, 14일간 19회의 공연 기간 동안 전석을 매진하도록 하였다는 기획력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별도의 기획 시스템 도입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필자가 관극했던 마지막 회의 경우에도 단체 관람으로 보이는 여고생이 대부분을 차지하였지만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리얼리티의 부족으로 인한 전달의 한계 

셰익스피어 비극 작품의 내용을 전달하기 위하여 애쓴 몇 가지 연출력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리얼리티의 부족으로 드러난 연극 소통적 난맥상이 종합적으로 우수한 무대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어렵도록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배우의 연기, 연출의 소통, 의상이나 분장 혹은 배경 영상의 실재성 등이 보완된다면 다음에는 보다 나은 무대가 약속될 수 있으리라 짐작된다. 

먼저, 리얼리티 부족의 큰 주범은 주인공의 연기력 부족이다. 오셀로역 남자 주인공의 외모나 체구는 장군감이 분명하였으나, 시종일관 화를 자주 내는 너무 강한 톤의 연기만으로는 오셀로의 극적으로 다양하게 변화하는 성격을 드러내기에 부족하였다. 이럴 경우, 아직 원숙하지 않은 젊은 연기자가 19회나 되는 무대를 혼자 소화하기엔 아무래도 무리이므로 ‘더블 캐스팅’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로, 주요 배역의 전달력 부족은 극 내용의 전체적 소통을 어렵게 만들었다. 비극적 내용에도 불구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하게 하는 장면이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실제로, 오셀로가 자신의 아내에게 퍼붓는 저주 대사 부분에서 “지옥의 문지기나 하라”는 대사에 다수의 관객이 크게 웃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대사 전달하기가 바쁜 수준에서 등장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도록 하기까지엔 근본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전달이나 소통 부족은 다른 장면에서도 부분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였다. 예를 들자면, 이아고와 케시오, 로드리게스 등이 벌였던 심각한 결투장면은 매우 중요하고 비극적인 장면이었는데, 역시 다수 관객이 웃음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셋째로, 연출은 대체로 원작에 가까운 내용 전달에 충실하도록 애썼지만, 의상이나 분장, 음향 효과, 배경 음악과 영상 등이 그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였다. 번역상의 제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21세기 한국 사회에 통용되는 화법이나 대사로의 변화가 소통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원래 오셀로는 무어인으로서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그런 외모 처리로 비치지 않았고, 한국화 혹은 지역화 시키는 것과 같은 인물의 토착화 흔적도 전혀 없어서 약간의 문제로 지적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1년 동안 4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한 시립연극단으로서는 다소 많아 보여서 횟수를 줄이는 대신 질적 고양에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공연 기간이 길어지면 대사가 많은 주연급 배우를 복수로 준비하여 선보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연출의 다양성 확보를 위하여 1년에 1회 정도 객원연출자를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하리라 여겨진다. 끔찍한 죽음을 다루는 문제를 초중고등 학생과 성인이 같은 장소에서 관람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교육적이지 않을 수 있어서, 특정 날짜에 학생과 성인을 분리하여 관람케 하고 연극적 표현의 수준도 대상에 맞추어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연극 시작 직전, 연극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교양적이거나 훈시 유형적 내용을 연출자가 직접 무대에 등장하여 10여분 동안 관객에게 발화하는 것은 다소 의외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 비극의 진수를 오랜만에 지역연극단 무대에서 만난 것은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였다. 포항시립연극단이 이번 무대에서 보여준 장점을 살려가고, 부족한 부분을 점차 메워 가면 결국 작품의 완성도가 올라가고 보다 높은 수준 높은 관극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기며 싸워 이른 봄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선보여준 포항시립연극단의 연극을 향한 노력과 열정에 대하여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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